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노인분께 자리 양보함

등록일
2026-04-06
 
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"오늘 뿌듯한 일을 했다"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. 작성자는 마을버스 '동작01' 노선에서 서 있는 노인분을 발견해 자리를 양보해 드렸다는 훈훈한 미담을 전했다. 하지만 반전은 그 '노인'의 정체에 있었다. 작성자가 자리를 양보한 근거가 다름 아닌 상대방이 입고 있던 과잠(학과 점퍼)에 새겨진 '18학번'이라는 숫자였기 때문이다.
 
이 게시물은 즉각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. 2020년대 중반을 향해가는 현재, 24학번이나 25학번 등 새내기들의 입장에서 보면 18학번은 이미 졸업했거나 졸업을 앞둔, 이른바 '화석' 혹은 '조상님'급 선배로 느껴질 수 있다.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중교통에서 자리를 양보받아야 할 '노인'으로 분류된 상황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청년에게 웃음 섞인 충격을 안겼다.
 
실제로 해당 글 아래에는 "ㅅㅂ"이라는 짧고 강렬한 비속어와 함께 눈물을 흘리는 듯한 자음이 섞인 베스트 댓글이 달렸다. 이는 18학번 혹은 그 언저리의 학번들이 느꼈을 당혹감과 세월의 무상함을 대변한다. 군대와 휴학 등을 거치며 학교에 오래 머물게 된 고학번 선배들이 신입생들에게는 얼마나 먼 존재로 비치는지, 그리고 '학번'이라는 숫자가 대학 사회 내에서 얼마나 강력한 세대 구분 지표로 작동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.
 
단순한 유머로 치부하기엔 그 안에 담긴 세대 간의 거리감이 꽤나 흥미롭다. 과거에는 '선배'라는 단어가 권위나 존경의 대상이었다면, 이제는 '양보의 대상'이 될 만큼 거리감이 느껴지는 존재가 된 셈이다. 물론 작성자의 글은 고학번을 놀리기 위한 장난 섞인 '드립'일 가능성이 높지만,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"나도 이제 지하철에서 자리 양보받을 나이냐", "18학번이 노인이면 15학번은 고려장이냐"라며 유쾌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.
 
결국 이 해프닝은 삭막한 대학 생활 속에서 학번 차이를 소재로 한 가벼운 농담이 공동체 내에서 어떻게 소비되고 즐거움을 주는지를 보여준다. 비록 18학번은 졸지에 '노인' 취급을 받았지만, 이러한 소통이 경직된 선후배 관계를 허물고 웃음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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